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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것> 존 싱어 사전트(John Singer Sargent)

이번주에는 '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라는 원형준 작가님의 책을 읽고있다.

 

미술 관련 책을 고를 때 

어떤 날은 이론 그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 날이 있고

어떤 날은 내가 보지 못한 그림이 더 많이 들어간 책을 고르는 날이 있고

어떤 날은 진짜 몇페이지 안넘겼는데 그냥 작가가 셀렉한 그림 자체가 좋아져서 고르는 날이 있다.

이번주 책이 그랬다.

 

펴자마자 프레더릭 레이튼의 '타오르는 준(flaming june)'

 

출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푸에르토리코에 무세오 데 아르테 데 폰세 뮤지엄 소장)

 

예전에는 빅토리안 시기 그림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막 더워지려는 6월의 끝물이라서 눈에 확 들어온 것인지

늦은 오후에 오렌지 빛인지 코랄색인지 모를 얇은 섬유를 입었는지 둘었는지 모를 나른하게 자고 있는 저 여인에게 한눈에 사로잡혀 버렸다. 실제 책에서는 저 중후장대한 액자가 없어서 더 허걱 하게 느껴진다.

아무튼 오늘은 저 양반 이야기를 하려는게 아니고 제일 좋아하는 화가 사전트 이야기를 하려고한다.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이 서양미술을 좋아하기 시작할 때는 '인상주의' 화가로부터 시작하지 않을까 한다.

나는 반고흐로 시작을 해서 르누아르로 갔다가 모네로 갔다가 이후 마티즈에 미쳐있다가 

아무튼 선보다는 색을 잘 쓰는 화가를 심하게 편식하는 편인데

어느날 이 그림에 꽂혀 버렸다. 그리고 존 싱어 사전트를 너무나 좋아하게 되어버렸다.

카네이션, 릴리, 릴리, 로즈 1886년

런던 테이트브리튼 소장품이었는데

여름 저녁에 천사같은 아이들이 일본식 등을 켜며 노는 정원의 모습이었다.

제목이 꽃 이름이어서 더 기억에 남았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때는 저 분위기 자체에 엄청 이끌렸다.

 

이후 명화로 만드는 굿즈는 항상 저거였다. 작은 엽서 액자, 스마트폰 케이스 등등

그리고 한동안 여름이 돌아오면 컴퓨터 배경화면도 쟤였다.

어디 미술 책을 보다가 사전트 이야기 나오면 언제나 저 그림은 늘 다시 찾아보게 된다.

저 그림은 향이 나는 것 같다. 비온 후 약간의 풀냄새와 은은하게 나는 장미, 백합향기

 

그리고 진짜 숨이 멎어버렸던 그림

메트로폴리탄에 있는 이 그림을 보고 놀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담 X의 초상 1884년

부유한 은행가의 아내였던 마담 고트로

많은 화가들이 초상화를 그리고 싶다고 했지만 거절하다 사전트와 작업을 하게 되었다.

1884년 파리 살롱전에 발표한 이 작품은 너무나도 아름다웠지만 당시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당시 오른쪽 어깨끈이 흘러내리게 표현되었는데 이게 너무 외설스러웠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일로 사전트와 고트로 부인 모두 타격을 입게 되었고 고트로 부부는 어깨끈을 고쳐 그랬는데도 이 그림의 인수를 거부했다. 한동안 화가의 작업실에 있던 그림은 메트에 인수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부터는 사전트가 그리는 모델들의 피부표현 옷감의 질감을 더 많이 살펴보게 되었는데

동시대 인상주의 인상주의 화가들보다는 조금 더 내 취향임을 알게 되었다.

특히 마담X에서는 피부가 막 하얗다못해 투명하다. 피부 그 자체에서 빛이 나는 듯하다.

옷감 또한 사틴 질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만지면 너무 미끄러워서 주르륵 흘러내릴 것만 같다.

앞선 카네이션 릴리 릴리 로즈에서도 흰색을 너무 아름답게 써서 좋았는데

이젠 색 뿐만이 아니라 촉감 까지 만족시켜주는 듯 하다.

 

에드워드 달리 보이트의 딸들 1882년

 

마지막으로 보스턴 미술관에 있는 이 그림은 벨라스케스의 라스 메니나스(시녀들)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당시 우리 조카가 바닥에 앉아있는 아이정도의 나이였어서 눈에 들어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냅샷으로 순간을 잡아낸 것 같은 이 그림에서 예전에 동생하고 놀 때가 기억 났는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이야기였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생각난다.

 

놀랬던 것은 나중에 하녀 같아 보이던 중앙의 두 소녀도 딸들이었다는 것

아이들이 놀고 있는 장소에 있는 일본산 도자기와 그 사이즈로 보아 보이트가문이 어마어마한 부자였다는 것

 

아무튼 사전트의 그림은 일상적이면서도 귀족적이고

찰나를 표현한 것 같으면서도 영원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피렌체에서 태어났지만 파리, 런던에서 활동한 미국인 화가인 그의 스토리 덕분일까.

고전적 양식에 인상주의의 표현 기법이 보이는 그의 작품 세계 때문일까.

 

출처: 나무위키